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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고프다

<책 소개>

버려진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
답답한데 도통 답 없는 고통 속에서
나를 치유케 하는 첫 걸음

로디지아-짐바브웨와 캄보디아-타이 국경지역에서 외과의사로, 아시아·중동·유럽 분쟁국가에서 국제 적십자사 의료분야 담당관으로 활동했던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그곳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마주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 강제로 이송된 사람들, 정치적 이유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나병 환자들, 정치적·종교적으로 억압당하는 소수자들도 있었다. 매우 극단적이고도 피폐한 환경이었기에 그들의 고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박사는 이후 20여 년간 개인병원에서 보통의 사람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놀랐다. 그가 만난 보통의 사람들, 그러니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고, 특별히 병명을 부여받지도 않은, 심지어는 자신의 증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고통과 그로 인해 표출되는 반응이 분쟁지역에서 만났던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그 특수한 환경의 사람들과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는데, 우리 모두에게는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는 거다.

여기서 버림받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일이다. 부모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싸움 등 상대가 ‘버린’ 것이 아닐지라도 그 충격과 상처 때문에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개개인별로 버림받은 시기에 대한 편차는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는 버림받고, 그 때문에 아파한다. 그러나 버림받는다는 느낌이 어디 그리 유쾌하던가?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거부하거나, 최소화한다. 저자는 이 와중에 우리 모두의 ‘버려진’ 기억을 끄집어낸다. 왜?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내가 참 사랑이 고픈 사람인데 원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했구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치유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몸도 마음도 도저히 마땅히 아플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고, 정말 딱히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삶이 무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고자 ‘버려짐’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꺼내어 보는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다니엘 뒤푸르
Dr Daniel Dufour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197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의과대학 학위를 수여한 후, 로디지아-짐바브웨와 캄보디아-타이 국경 지역에서 외과의사로, 아시아·중동·유럽 분쟁국가에서 국제 적십자사 의료분야 담당관으로 활동했다. 런던에서 열대의학·위생 학위(DTM&H)와 열대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8년 이후 제네바 비타메드(Vitamed) 클리닉의 주임 의사로서 질병의 증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며 전인치료 의학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버려짐’이 질병의 최초 원인 중 하나라는 신념으로 15여 년 동안 이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왔으며, 1997년에는 ‘OGE: ego와 반대로’ 치료법을 창설하여 유럽과 캐나다에서 연수와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내적 떨림』, 『불필요한 방어벽』, 『연인들이 겪는 파란』, 『다시 일어서기!』가 있다.

역자 : 이정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낭트 대학에서 ‘외국어로서의 불어교육 메트리즈’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며 번역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외국인들에게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르센 뤼팽』(코너스톤), 『크리스토프 아담의 에클레어』 등을 번역했다.

감수 : 이기은
중앙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심리치료 전공으로 아동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5대학에서 아동 청소년 발달 심리학으로 심리학 석사를 취득, 한국에 돌아와 중앙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그림 : 함수씨
hamsoosee
가족과 함께 서울에 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브랜딩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커피와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기를 즐거워한다. 매일매일 애견 골든 리트리버 ‘홍시’와 함께 산책을 한다. 현재 연남동 그림책 카페 ‘달달한 작당’의 디자이너 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목 차>

들어가는 말
전문가 해설

1장. 나 괜찮지 않다고 말할래요

1.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방광염에 시달리고 있어요.”
두 번째 이야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데 왜 자꾸 속이 쓰리죠?”
세 번째 이야기, “맨날 술이야.”
네 번째 이야기, “질투가 하늘을 찌릅니다.”

2. 고통과 슬픔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지 마라
우리가 고통스러운 이유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과거를 곱씹으면 답이 나온다
나는 과연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일까?

3. 찰나에도 버림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4. 이 쓸모없는 멘탈 같으니라고
멘탈은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든다
한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 멘탈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제 멘탈을 잠재워야 한다

5.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인정해야만 하는 것들

2장. 버림받은 후에 오는 것들

1. 관계에 집착한다
인정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고약하게 굴겠다
혼자 있는 게 두려워 누구든 곁에 두려고 한다
무시를 당해도 참고 더 잘해 준다
버림받을 때를 대비해 외도를 한다

2. 모든 것에 분노한다
불필요하게 반항아가 되었다
시선을 끌기 위해 시비를 건다
스스로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끝없이 원망한다

3. 스스로를 낮춘다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쓴다
말이 안 되는 요구도 다 들어준다
지레 겁먹고 한 발짝 물러서 있다

4. 참다가는 만성이 되고 만다

3장. 비로소 치유의 순간을 맞이하다

1. 엄밀히 아픈 것은 아니지만 삶이 원활치 않은가?
2. 내 몸의 이상 징후들은 곧 희망의 신호이기도 하다
3.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자
4. 망설이지 말고 느끼는 그대로를 표출하자

나가는 말 _ 결국엔 사랑이다
주. 참고자료
함수씨 그림 이야기


<책 속으로>

그녀는 지금껏 거의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해 왔다. 그녀 스스로 이따금 가벼운 조롱을 섞어 “나는 슈퍼우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슈퍼우먼이 방광염에 걸렸다. 그녀의 몸이 말해 주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사실 남편이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을 제쳐놓고 멀리 떨어져 지내며 그녀 혼자 자녀 교육을 포함한 모든 집안일을 책임지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남편이 직업상 직장을 자주 옮겨야 했는데 이사 준비와 이삿짐 정리 역시 늘 그녀 몫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이 전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노를 터뜨리던 그녀는 별안간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어마어마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지내다 돌아왔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어머니가 아팠기 때문에 3남매 중 장녀였던 그녀는 상당히 많은 집안일을 책임져야 했다. 그 가운데 8살 때의 기억인데 그날도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 후 아내의 상태를 살폈고, 그런 후에는 두 아들을 데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나절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아버지가 자기에게도 말을 걸고 품에 안아 주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동생들에게 거부당하고, 아버지에게 무시당하고, 어머니에게는 버림받았다고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모든 자녀가 부모에게 바라는 바로 그것, 사랑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누구에게나 주는 만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주는 것보다 훨씬 덜 받고 있다고 느꼈고, 이렇듯 거부되고 버림받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실제 자신이 아닌 ‘거짓’된 모습일 지라도.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첫 번째, “원인을 알 수 없는 방광염에 시달리고 있어요.”」중에서

남편이나 아내 혹은 부모나 자녀 등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또는 집단으로부터 버려졌다는 기분은 즉, ‘나 홀로 남겨졌다’는 느낌을 의미한다. 그리 유쾌하지 않을 이 기분과 상황을 어지간히 잘 견뎌내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일련의 신체적·심리적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단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정도로 그칠 수도 있고 불안에 빠지거나, 우울감에 잠기거나, 조금 더 격하게 공격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것은 ‘자포자기’ 또는 자기 내면으로 ‘침잠’하려는 태도이다.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무리로부터 추방당했다고 혹은 스스로 그 무리에 속할 자격이 없다고 느끼곤 한다. (중략)
유기증은 버림받은 느낌과 유기나 거부, 배제당해서 고통받는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육체·심리적 장애를 크게 아우른다. 근거가 있건 없건 간에 자기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의 고통을 표현하는 이 용어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으며, 그 어떤 도덕적 의미도 담고 있지 않다. 유기증의 근원에는 실제로 체험한 유기 사건이 존재한다. 이 사건은 대부분 태아기나 영·유아기에 발생한다. 망명이나 전쟁, 질병이나 노화 때문에 버림받는 상황을 제외하면 성인기에 최초로 버림받는 경험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별을 겪은 성인은 그 이별이 자기 고통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현재 느끼는 극심한 고통이 훨씬 이전에 경험한 유기 사건에 뿌리를 둔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유기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이 최초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유기 신경증을 유발한 사건을 그저 자연스런 경험으로 치부하면서 이것이 진정으로 버림받은 경험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으로 우리들은 최초에 받은 정신적 외상을 최소화하고, 평범한 일로 치부하여 부정하고, 한시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고통과 슬픔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지 마라」중에서

멘탈은 우리를 미래로 내던져 몸의 긴장을 불러온다. 이러한 긴장은 강도에 따라 두려움, 자신감 결여, 불안, 공포증, 공황恐惶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멘탈은 우리를 과거로 끌고 가기도 하는데 이때 우리가 느끼는 긴장은 미련, 후회, 죄책감의 형태로 등장한다. (중략)
또한 멘탈은 감정을 아예 느끼지도 못하게 한다. 이 경우 우리는 “그래 난 슬퍼. 하지만 울 정도는 아니야.”라고 말할 것이다. 멘탈이 여러 합당한 이유를 들기 때문에 우리는 상당한 슬픔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중략)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정의 내리려는 이 생각들 때문에 우리는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이 생각들은 타인들의 의견에 비추어 ‘받아들일 만하고 정상적’으로 우리를 몰고 간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고통과 불행을 느끼게 된다. 아이가 자라면서 따르고 존중해야 할 규칙들을 차츰 알아감에 따라 멘탈이 발달한다. 이런 사고를 통해 아이는 자기가 느끼는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아이는 이렇게 변화해야만 훗날 어른의 세계,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심지어 매우 나약한 일로 치부되는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교육은 아이로 하여금 현재 체험하는 것을 무시하고 미래와 과거라는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지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믿게끔 만든다.
---「이 쓸모없는 멘탈 같으니라고」중에서

나를 찾아온 환자들 중 그 누구도 치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나 버림받은 일 때문에 앓고 있으니 좀 도와주세요.”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또한 그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모두들 자기를 돌봐 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과거에 버림받은 상태를 연관 지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유기증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유기증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중략)
버림받았다고 자기 자신이나 남들에게 고백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과거와 연결된 고통, 즉 사랑받지 못한 고통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림받았다고 고백하는 일은 여전히 벌어져 있는 상처에 쇠꼬챙이를 쑤셔 넣어 후비는 격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 사건을 부정해서 고통을 최소화하는 게 낫다. 여기에 덧붙여 유기 공포에 걸린 사람을 사랑해 주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바로 그를 사랑해 주었어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어린아이는 자기가 버림받았을 때에는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자기를 그토록 격렬하게 거부했다는 것은 자기가 아주 나쁘거나 아주 못됐거나 아니면 아주 파괴적인 아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버림받은 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인정해야만 하는 것들」중에서

C는 광고업에 종사하고 있는 32살 독신 여성이다. 그녀는 친구들과 주말을 함께 보내는 데에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일정을 짜고 준비하는 데까지 상당한 열정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모임이 끝나고 나면 슬퍼진다.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한편 C는 친구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친구들이 자신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말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 후에는 자기 태도에 대해 비굴하게 변명한다. (중략)
C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 함께 있으면 늘 기분이 좋게끔 언제나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식으로 행동했는데, 군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아버지를 특히나 그런 식으로 대했다. 아버지가 집에 올 때면 집안이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끔 애썼고, 아버지와 가족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C는 무척 불행하다고 느꼈고, 아버지가 집을 떠날 때면 그야말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후 C는 주변 사람들이 떠나거나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됐다.
C는 자신이 일하는 광고 에이전시에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존경하는 사장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사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모든 게 조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로부터 모욕적이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자주 접하고 이에 상처를 받고 있다. 때문에 때로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럴 때 C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C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이 C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점이다.
C는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사람의 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는 않지만 남들의 부탁을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며 그러면서도 온갖 멸시와 모욕을 참아낸다. 타인에게 자신을 완벽히 내맡기는 이러한 태도는 좋은 평가를 받거나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공포에서 비롯된다. 만약 상대방에게 ‘NO'라고 말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불만을 갖고 자기를 원망하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조만간 유기 공포에 걸린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징벌’ 즉, 거부되고 버림받는 징벌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버림받은 후에 오는 것들, 무시를 당해도 참고 더 잘해 준다」중에서

유기 공포를 겪는 사람은 슬픔을 느끼도록 스스로 허용하는 일을 어려워하며, 슬픔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울 정도도 아니라고 되뇌며 이 감정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나 아버지, 또 부모 대신 보호자 노릇을 한 매우 가까운 인물에 대해 느끼는 분노를 인정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존경하고 사랑해야 마땅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은 소위 ‘먹여주고 길러준 은혜’도 모르는 이기적이고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행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기 공포를 겪는 사람은 자신의 멘탈에서 비롯된 온갖 이유를 들며 분노할 권리를 거부할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이 자신의 분노를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 하나는 부모나 형제자매, 아내나 남편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낯선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비해 더 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와 가깝게 접촉하지 않는 타인에 대해서보다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기쁨과 슬픔, 분노가 더욱 강하다는 사실은 매우 논리적이라고 말이다. (중략)
자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일은 대단히 신체적인 과정이다. 꽉 막힌 느낌이나 뭉친 느낌은 배나 가슴 부분에서 느껴지다가 차츰 표현이 이루어질수록 그 부위가 이동하는데 이는 분노나 슬픔이 완전히 표출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다 그 사람은 즉각적인 행복감을 느끼면서 결국 해방된다. 커다란 이완 감정을 느끼며 마치 폐활량이 커지기라도 한 듯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 순간 강렬한 기쁨이 솟구치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그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며 긴장이 이완되었다고 느낀다. 이 느낌은 거의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더없이 좋은 친구인 우리 몸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 주고 있다고 지체 없이 말해 주기 때문이다.
펼처보기 닫기 ---「망설이지 말고 느끼는 그대로를 표출하자」중에서


<출판사 리뷰>

가족이 있고, 친구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어쩐지 혼자인 것만 같고, 머지않아 혼자가 될 것만 같은 기분.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들은 끝없이 고독함을 느낀다.
급기야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버리거나
버림받을 수밖에 없게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나.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상당수 사람들이
과거 언젠가 ‘버림받은’ 영향으로 현재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우리에게 마땅히 사랑을 주어야 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받은 상처들.
그 마음의 상처가 여기저기 우리 몸까지 병들게 한다.

상처받은 순간으로부터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을 낫게 한 건 의사도, 약도 아니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치유되는 상처들
당신, 괜찮지 않다면 괜찮아질 수 있다!

버려진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
답답한데 도통 답 없는 고통 속에서
나를 치유케 하는 첫 걸음

로디지아-짐바브웨와 캄보디아-타이 국경지역에서 외과의사로, 아시아·중동·유럽 분쟁국가에서 국제 적십자사 의료분야 담당관으로 활동했던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그곳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마주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 강제로 이송된 사람들, 정치적 이유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나병 환자들, 정치적·종교적으로 억압당하는 소수자들도 있었다. 매우 극단적이고도 피폐한 환경이었기에 그들의 고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박사는 이후 20여 년간 개인병원에서 보통의 사람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놀랐다. 그가 만난 보통의 사람들, 그러니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고, 특별히 병명을 부여받지도 않은, 심지어는 자신의 증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고통과 그로 인해 표출되는 반응이 분쟁지역에서 만났던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그 특수한 환경의 사람들과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는데, 우리 모두에게는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는 거다.

여기서 버림받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적어도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일이다. 부모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싸움 등 상대가 ‘버린’ 것이 아닐지라도 그 충격과 상처 때문에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개개인별로 버림받은 시기에 대한 편차는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는 버림받고, 그 때문에 아파한다. 그러나 버림받는다는 느낌이 어디 그리 유쾌하던가?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거부하거나, 최소화한다. 저자는 이 와중에 우리 모두의 ‘버려진’ 기억을 끄집어낸다. 왜?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내가 참 사랑이 고픈 사람인데 원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했구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치유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몸도 마음도 도저히 마땅히 아플 이유가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고, 정말 딱히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삶이 무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고자 ‘버려짐’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꺼내어 보는 것이다.

어쩌면 나와 당신, 우리들의 이야기
내 몸의 이상신호. 여기저기 탈이 나기 시작하고
우리를 한없이 고독하게 만드는 마음의 상처들

“원인을 알 수 없는 방광염에 시달리고 있어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데 왜 자꾸 속이 쓰리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폭식을 하곤 합니다.”
“지독한 습진, 도무지 낫지 않습니다.”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말한다. 상당수의 경우 우리 몸으로 드러나는 병적 증상 즉, ‘질병’ 뒤에는 ‘마음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고.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들. 때문에 더욱 아프고, 너무 아픈 나머지 부정하고픈 기억들. 때문에 우리는 한없이 고독해진다. 갓난아이라면 간단하다. 울거나 웃거나 그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 그러나 인간은 성장하면서 스스로 ‘멘탈’이라는 걸 발달시킨다. 웬만한 고통에도 꿈쩍하지 않도록 아주 본능적으로 공공한 장벽을 세우는데 이게 바로 멘탈이다. 멘탈이 강해야 살아남는 사회가 아니던가. 멘붕을 겪지 않으려면 이 멘탈을 부여잡아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상처를 받는 정도는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짧은 순간, 찰나에도 상처를 받곤 한다. 상처 입고, 고통 받는 게 좋을 리가 있나! 때문에 우리는 상처를 받는 순간 즉각 멘탈을 가동시켜 그건 그다지 상처받을 일이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조종하는 것이다.

저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과거 언젠가 ‘버림받은’ 형향으로 지금 현재에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마땅히 사랑을 주어야 할 존재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마음의 상처를 넘어서 여기저기 몸까지 병들게 하니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

사랑받을 객관적인 이유란 없다
‘내가 사랑이 고픈 사람인데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구나’
깨닫는 것만으로 우리는 치유될 수 있다

/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
/ 어머니의 질병이 전염되지 않도록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던 아이
/ 직장 문제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
/ 아픈 동생을 돌보아야 했던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
/ 자신이 원한 일이었지만 오랜 기간 기숙학교 생활을 한 아이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고, 그 일은 결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멘탈은 그렇게 ‘다 괜찮다’고 우리 자신을 설득해왔다. 그래서 다 괜찮은 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괜찮지 않은 거였다.

/ “난 널 사랑한다”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던 어머니
/ 직업상의 이유로 집을 자주 비웠던 아버지
/ 품안에 자식이라 했건만 좀처럼 따뜻하게 안아주는 법이 없었던 어머니
/ 상당한 유산을 물려주었지만 어머니와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난 아버지
/ 아픈 아이를 두고도 여행을 떠날 만큼 사이가 좋았던 부모

그저 사랑 받고 싶었을 뿐인 아이는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만다. 상처받은 영혼은 사랑 받을 수 있는 객관적 이유를 찾거나, 그 필요충분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러나 타인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에게 나는 중요한 사람일까?”, “나는 과연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일까?”와 같이 ‘나’는 없고 ‘타인’만 존재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랑받기 위해 그저 착한 딸,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노력하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그는 완벽성, 극단성을 증폭시킨다. 때문에 상처받은 순간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어른아이가 되는 사람들.

내 몸의 이상 징후들은 곧 희망의 신호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 멘탈을 잠재우자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허용해야 한다

크든 작든 버림받은 상처는 대부분 유년기에 경험하게 되는데, 상처 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이 경험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자칫 별 가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이후 몸으로 발현되는 ‘병’까지 얻게 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 상처가 자신이 지속적이고 견고한 개인적,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으로 증폭된다는 점이다. 교우 관계, 연인 관계, 가족 관계 할 것 없이 자신이 속해 있거나 속하고 싶은 그 어느 곳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늘 관계에 집착하거나 그 반대로 행동하는 등 매우 극단적이거나 다중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들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음으로써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간절히 원한다. 바로 이것이 유기 공포를 겪는 사람이 사로잡힌 딜레마로 마음 깊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언젠가 자기를 저버릴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그들에게 존중받고 스스로를 존중할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이런 이유로 유기 공포를 겪는 사람들은 타인을 사랑하다가도 별안간 증오하며, 자기 자신을 부정하다가 별안간 극단적인 자신감을 보이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 금세 홀로 남을까봐 전전긍긍한다. 또 같은 이유로 별안간 태도를 바꾸거나 전혀 융통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서 다른 이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짜증나게 만들기도 한다.

/ 부유하게 자랐지만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반항아가 그녀
/ 혼자 있는 게 두려워 거짓말을 해서라도 누군가를 곁에 두려는 그
/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을 탓하는 그녀
/ 아내에게 버림받을까봐 심리적 안정을 위해 외도를 일삼는 그
/ 동료의 무리한 요구와 부당한 대우에도 헌신하는 그녀
/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자기 존재를 지우고 침묵하는 그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와 행동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길 권한다. 이는 ‘남’이 아니라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자는 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멘탈’을 잠재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상한 굴을 먹은 상황을 예로 든다. 누군가에게 상한 굴을 먹어 속이 안 좋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개 “가서 토하세요. 그러면 좀 나아질 거예요”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지금 나 속이 안 좋아요”라고 상태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고통에서 치유될 수 없다. 결국에는 토하는 행위가 상태를 나아지도록 할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버림받은 것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느끼고 표출할 권리를 스스로에게 허용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었던 사례들을 통해 삶이 체한 듯이 답답한 우리들을 달래준다.

[전문가 해설]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면 죽는다. 너무나도 단순한 이론이지만 사실 현실세계에서는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가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기에 쉽게 무시되고 잊힌다. 그러나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밥을 먹고 있다고 해서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그를 찾아온 환자들이 어린 시절 중요했던 사람들로부터 올바른 방향으로 충분히, 그리고 만족스럽게 사랑받지 못한 데에서 시작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에 집중한다. 이들은 슬프다, 아프다, 괴롭다, 외롭다, 허무하다, 재미가 없다,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분명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나를 위해주는 친구가 있어도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울 수가 없는 사람들.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내 안의 빈 공간은 더 커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인간의 삶은 마치 테트리스 게임과 같다. 아래의 공간을 제대로 채우지 않으면 위로 쌓아올리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오히려 버거운 짐이 된다. 그리고 이 짐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game over’라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조금의 관대함도, 배려도 없이. 어떻게 하면 게임의 마지막 단계까지 접근할 수 있을까? 최대한 빈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어도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가급적 빨리 아래로 돌아가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빈 공간을 찾아 아래로 돌아가는 것은 그리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나, 그 속에서 자신의 아픔을 발견하게 된다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다른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대체로 타인에게 자신의 아픔을 잘 털어놓지도 않고, 타인의 아픔에 대해 잘 묻지도 않는다. 내 마음의 상처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또한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혼자서 마음의 짐을 짊어진다.

이 책은 혼자라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해서 나의 빈 공간을 찾아보라고, 그 공간을 찾고 채우는 일은 매우 힘들고 외로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공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고. 그리고는 찬찬히 다가가 그 공간에 무언가를 넣어보라고. 그 무언가는 돈이나 명예나 인정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단지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보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메워진다.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주는 것 역시 효과가 있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다니엘 뒤푸르 박사는 우리의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혹은 꼭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간의 상호작용과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랑받지 못했던 환경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버려졌다고 느꼈으며, 이 마음의 상처를 어떠한 신체적인 증상이나 태도로 나타냈다. 그리고 이 일련의 상호작용은 자신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하게 만들어 또다시 사랑받지 못하게 될 환경을 자초했다.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이 부메랑처럼 되돌아 온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버림받음’은 학대의 일부로 분류되는 ‘방임’과는 다르다. 쉽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이때 ‘방임’은 부모가 보살펴야 할 대상인 자녀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것들을 해 주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버림받음’은 개인이 바라는 정도의 관심 또는 사랑 등이 결핍된 상태나 감정에 가깝다.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다수의 아동 학대 사건과 달리 ‘버림받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나 증상들은 그 문제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개개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는 알아차릴 새도 없이 우리 일상의 틈새마다 스며들어 우리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버림받고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들 중에도 세상에 빛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마 이 책에서 강조하는 ‘사랑’을 스스로 체득하여 이겨낸 경우일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미약한 인간인지라 내가 아닌 누군가를 매순간 사랑해 주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러나 우리는 나 스스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은 인간 본래의 타고난 힘이자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는 최고의 묘약이다. 우리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의사도 아니고, 약도 아니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힘, 그것이면 충분하다.

- 감수자 이기은

파리5대학 심리학 석사
중앙대학교 심리학 박사과정 수료
현, 중앙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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