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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로드 기행

<책 소개>

“종이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은
미래의 희망을 펼치는 것이다”

“종이의 탄생과 진화, 전파…” 2천년 종이의 여정을 쫓아
지구촌 구석구석을 밟아나간 문화인류학적 탐사보고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는 길을 만들었고, 이 길을 따라 문명이 이동했다.
‘실크로드’는 동서 문명이 소통하는 교역로였다. 하지만 ‘페이퍼로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척 생소하다.
종이에 대한 호기심. 그것이 나를 기나긴 여행길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2천여 년에 걸친 장구한 문명의 흔적을 더듬어간다는 것이 그 세월의 무게에 짓눌릴 만큼 벅찬 일이었지만, 문명의 역사와 겹쳐지는 종이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으면서 탐색의 길을 걸었다. 장구한 세월 속에 살아 숨 쉬는 종이의 생명력은 무엇인가? ‘페이퍼로드 기행’은 종이에 숨겨진 인간의 무엇을 찾아보려는 여행기이다.

<저자 소개>

글ㆍ사진 / 편일평

1942년 충남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MBC Radio & TV 프로듀서, 기자
MBC 교양제작국장, 올림픽특집국장
        기획실장, 경영이사, 보도이사
        도쿄지사장, 전무, 사장 직무대행
(주)MBC프로덕션 사장
마산MBC 사장
청주MBC 사장
방송위원회 심의위원
사계절B&C 회장
한국자연다큐협회장
CJ미디어 경영고문

백상예술상 대상 - 다큐멘터리 <한국의 나비>
문화포장 - 한국 방송 60년 유공
산업훈장

<차례>

머리말 왜 페이퍼로드인가?
프롤로그 종이의 지구여행 십만 리
제지기술의 전파경로도

1부. 누가 종이를 보았는가 _ 중국Ⅰ(뤄양~시안)
       종이의 원류를 찾아서
       서역의 길을 연 한나라
       뤄양 민속박물관
       채륜의 종이 발명과 채후지
       낙양의 종이 값을 올린다
       채륜 문화박물관
       중국 제지술의 발달
       다시 쓰는 종이의 역사
       바헤의 표모는 누구인가?
       산시 역사박물관
       실크로드
       통일왕조의 위용, 진시황릉 병마용
       중국조지학회
       종이 문화시장 류리창 거리
       중국 국가박물관
       중화의 대역사, 만리장성
       종이로 만든 돈 이야기

2부. 사막과 초원을 지나서 _ 중국Ⅱ(둔황~신장)
       사막의 여로, 둔황으로
       천의 동굴, 모가오굴
       제17굴의 둔황 문서
       둔황박물관
       밍사산과 웨야취안
       양관박물관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제지술의 남부 전파로, 호탄
       위구르의 종이 명인, 마소무 어피즈
       아름다운 목장, 우루무치
       신장웨이우얼자치구박물관
       모래와 바람과 불의 땅, 투루판
       베제클리크 천불동
       가오창고성, 자오허고성
       아스타나 고분

3부. 종이의 신은 누구인가 _ 일본
       동쪽으로 가는 페이퍼로드
       종이의 神이 사는 에치젠 와시마을
       인간국보 이와노 이치베이
       종이의 神은 누구인가
       제지술의 일본 전래와 와시
       일본 최고의 목판인쇄        백만탑다라니경
       미노에서 만난 전통 와시
       와시의 제조 공정
       와시의 재발견, 이시하라 게이코
       시코쿠의 도사 와시
       이노 종이박물관
       생활 속의 와시문화
       와시와 일본문화
       와시의 국제시장 나고야
       도쿄 종이박물관
       와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4부. 서역으로 가는 길 _ 중앙아시아
       만년설을 넘어 서역으로
       문명의 여울, 탈라스 전투
       우즈베키스탄공화국
       서역의 관문, 페르가나
       돌의 도시, 타슈켄트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사마르칸트지
       미니아튀르의 거장, 안일 화백
       중앙아시아의 까레이스키
       세계 최고(最古)의 피묻은 코란
       푸른 제국,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역사박물관
       레기스탄 광장의 마드라사
       지배자의 묘, 구르아미르
       티무르 왕비의 사원, 비비하눔 사원
       선지자 다니엘의 대영묘
       중앙아시아 최대의 사마르칸트 바자르
       오늘에 숨 쉬는 사마르칸트지
       사마르칸트지의 장인 자리프
       천 년을 지켜오는 코니길 수차
       실크로드의 거점, 부하라
       사막의 기적, 차슈마 아유브
       죽음의 탑, 칼리안 미나레트
       여름 궁전, 쉬토라이 모히하사
       붉은 대지, 키질쿰 사막에 서다

5부.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_ 터키, 시리아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유럽으로
        모자이크 미술의 전당, 성 소피아 성당
        블루 모스크, 술탄 아흐메드 사원
        종이의 해상로, 골든혼
        시리아로 가는 길
        시리아 아랍공화국
        아람 왕국의 수도, 하마
        셈족 아람인의 본향, 말룰라
        성녀 테클라와 알-칼라문 산 동굴
        세계 최고(最古)의 도시, 다마스쿠스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우마야드 모스크
        이슬람의 영웅 살라흐 앗딘 아이유브 영묘
        전통 시장, 하미디에 수크
        다마스쿠스 공예센터
        원죄의 피로 물든 카시윤 산

6부. 종이, 제2의 탄생 _ 유럽, 미국
        종이 이전의 종이, 파피루스
        제지술의 유럽 전파
        이탈리아의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
        유럽 최초의 워터마크 종이
        스위스의 바즐러 종이박물관
        네덜란드의 레이스웨이크 박물관
        제2의 종이 발명자, 말벌
        초지기의 등장
        체코의 벨케 로시니 종이박물관
        영국의 투 리버스 제지공장
        스웨덴의 레세보 제지공장
        프랑스의 종이박물관 물랭 드 라로크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과 성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종이 역사가 다드 헌터
        로버트 윌리엄스 제지박물관
        고메즈 종이박물관
        크레인 종이박물관
        웨스트 클레이 인쇄박물관
        지금은 종이전쟁 시대
        환경보호와 재생지
        미래의 종이에 도전하는 사람들
        종이의 제3세대가 열리고 있다

7부. 천 년 한지의 맥 _ 한국
        종이의 한반도 전래
        인쇄술의 발달과 세계기록유산
        조선시대 제지와 조지서
        최초의 색지를 만든 조선 한지
        조선시대에 한지 온실이 있었다
        한지 원료난과 제지업의 쇠퇴
        서양 제지술의 도입
        펄프 양지의 등장과 신문         絹五百 紙千年, 韓紙
        한국 최초의 중요무형문화재, 류행영 한지장
        물방울 한지의 고장, 신풍한지마을
        영남 전통 한지의 요람, 의령한지마을
        청송한지 5대 지장, 이상룡
        한지의 여유로움, 벌랏 한지마을
        오색 한지의 멋, 원주한지
        전통 한지 4대, 장지방의 3부자
        천 년을 살아 숨 쉬는 전주한지
        한지의 역사와 문화, 전주한지박물관
        생활 속의 예술, 한지공예
        한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종이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에필로그 종이를 다시 생각한다
참고문헌
종이의 전파 시기 비교표

<책 속으로>

중국계 일본인 역사학자 천순천이 이러한 표모에 대해서 언급한 말이 있다.
물가에서 솜을 두들겨 빨던 표모들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질 낮은 누에고치가 원료인 헌 솜을 표백하면 발 위에 풀처럼 찐득찐득한 섬유소가 남는데 이것을 건조시키면 얇은 조각이 된다”고 하면서 “이것이 한나라 시대에 이르러 ‘紙’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종이가 나오게 된 힌트를 제공한 여인들의 역할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장의 유물 가운데는 후한시대 밍펭현 한 고분에서 출토한 건사 미라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발견되었고, 차사에서 출토된 문서에 종이를 만드는 사람을 지사, 종이 만드는 곳을 지방이라고 씌어 있으며 호탄 유적에서 나온 종이에는 우전어가 씌어 있다. 또 고분에서 종이로 만든 물품을 발견하였는데, 종이관, 전지, 종이그림, 종이모자, 종이허리띠까지 있어 일찍이 이곳 사람들이 종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니혼쇼키(日本書紀)》스이코 텐노 때의 기록에 따르면 610년, “고구려의 왕은 승려 담징과 법정을 보냈는데 담징은 오경에 능통할 뿐 아니라 채색과 종이, 먹의 제조법을 알고 있었으며 물레방아를 이용해 빻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제지술이 유럽보다 약 500년 빠르게 동쪽으로 전해진 것이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낡은 마 조각의 섬유를 물의 동력을 이용한 수차로 가늘게 빻아 종이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채색 도구와 먹을 만들게 되었다.

제지술을 비밀로 귀히 여기던 중국이 종이 기술자를 먼 지역의 군부대에 두었을 리가 없었으며, 중앙아시아와 중국은 교역이 왕성해 사마르칸트에서는 이웃 나라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BC 1세기부터 이 지역의 제라프샨 강, 카슈카다리야 강 유역에 정착했던 소그드인들과 긴밀한 접촉이 이루어져 이미 종이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탈라스 전투 이전에 파미르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칼리프 영토 안 곳곳에서 종이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제지술이 이슬람제국에 전파되면서 사마르칸트에 이어 다마스쿠스에 제지공장이 세워지고 10세기경 ‘다마스쿠스지’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보다 앞서 794년에 아바스제국의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는 호라산 총독 파즐의 후원으로 바그다드에 대규모 제지공장을 설립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자들 가운데는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 모두 이슬람제국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지소가 세워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지술은 1100년경 북아프리카 아랍권의 중심지 모로코의 페스에 전해진 뒤 1150년에 에스파냐의 하티바에 제지소가 건설되었다. 넝마를 물에 불려 부드럽게 찢는 방식으로 유럽에서 최초로 설립된 제지소로 기록되고 있다. 에스파냐와 인접한 프랑스에는 1189년 십자군 전쟁 때 포로 기술자들에 의해 트루아 지방에 기독교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종이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348년 생줄리앙 지방에도 제지소가 세워졌다.

국가에서도 이들 종이 생산 기술자들에게 ‘지장’이라는 명칭을 주고 이들을 모아 기술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인종 23년에는 왕명으로 닥나무 심기를 권장하였고, 명종 19년에는 이를 법제화하였다. 송나라 손목의 《계림유사(鷄林類事)》를 보면, “고려의 닥종이는 밝은 빛을 내므로 모두들 좋아하며 이를 백추지라 한다”는 기록이 있어 고려시대에서도 신라에 이어서 계속 백추지를 생산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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